도시 생태계에 생긴 작은 기적의 기록. 도시의 한 자투리 공간에 작은 숲이 만들어졌을 때, 그 변화는 단지 눈앞의 녹색 풍경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늘은 작은 숲이 불러온 생물 다양성의 변화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그 속에는 미세하지만 분명한 생물 다양성의 변화가 일어난다.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가 날아들고, 이름 모를 곤충이 출현하며, 이끼와 덩굴, 토종 야생초가 스스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는 도시에 생태적 균형을 다시 일으키는 출발점이며,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탄력적 도시를 만들어가는 토대가 된다. 이 글에서는 실제 조성된 ‘작은 숲’을 중심으로, 조성 전후의 생물종 변화를 새, 곤충, 식물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과학적 배경과 생태적 함의를 분석해본다.
조성 전후, 도시의 ‘새’가 돌아왔다
도시 조류의 정착, 번식, 확산 과정
관찰 사례: 마포구 염리동 도시숲
서울시가 2018년부터 진행한 ‘도시 속 생물 다양성 회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포구 염리동에 기존 주차장 자리에 약 900㎡ 규모의 작은 숲을 조성한 바 있다. 숲 조성 전에는 참새, 비둘기 외 관찰되는 조류가 거의 없었지만, 2년 후 진행된 생태 모니터링 결과, 총 11종의 조류가 관찰되었다.
주요 관찰종은 다음과 같다:
박새, 곤줄박이: 인근 은행나무를 둥지로 삼아 번식
직박구리: 숲의 수관층 이용
딱새: 이른 봄 일시적으로 관찰되는 이주성 조류
붉은머리오목눈이: 관목층이 형성된 후 출현
이러한 변화는 수관층(큰 나무) → 관목층(중간 높이의 식생) → 초본층(풀과 지피식물)의 다층 구조가 갖춰지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도시 조류 생태계의 회복
작은 숲이 조류에 미치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먹이 자원 제공: 나무 열매, 곤충 등
서식지 제공: 둥지 틀기 위한 적절한 높이와 구조
포식자 회피: 고양이나 사람으로부터의 보호
도심 속 조류는 단순한 ‘귀환자’가 아니라, 생물 다양성의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종 수가 증가하고, 번식 개체 수가 늘어날수록 해당 서식지의 건강성과 안정성을 판단할 수 있다.
작지만 강한 곤충 생태계의 출현
토양이 살아날 때 곤충이 돌아온다
사례: 성북구 정릉 골목숲 프로젝트
성북구 정릉동 골목길에 조성된 소규모 마을숲(약 300㎡)에서는 1년 주기로 곤충 생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시기 관찰된 곤충 종 수 주요 종류
조성 전 9종 개미, 파리, 바퀴벌레 위주
1년 후 21종 무당벌레, 풀잠자리, 노란나비, 나비목 유충
2년 후 36종 청띠제비나비, 꿀벌, 땅강아지, 톡토기
곤충 변화의 의미
곤충은 생태계의 기초를 형성하는 핵심 생물군이다. 곤충 다양성의 증가는 곧 그 지역 생태계가 자정 기능을 회복하고 있음을 뜻한다.
토양 생물 다양성 증가 → 지렁이, 톡토기 등 유기물 분해종 등장
수분매개 곤충 증가 → 식물의 번식과 확산 기여
포식곤충 증가 → 유해 곤충 개체 수 억제
예를 들어 무당벌레의 출현은 진딧물 같은 해충을 줄여주고, 꿀벌이나 나비류는 도심 내 수분작용을 담당하게 된다. 작은 숲은 이처럼 곤충들이 서식할 수 있는 다공성 구조(돌, 낙엽, 나무껍질 틈)를 갖추게 되며, 이는 생물군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식물 군집의 변화 – 자생종과 생물다양성의 밑거름
식물의 복귀는 곧 생태계의 재구성이다
자생종의 회복과 외래종의 감소
작은 숲 조성 전에는 도시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환삼덩굴, 서양민들레, 털별꽃 같은 외래종이 우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숲이 조성되면서 다음과 같은 변화가 관찰되었다:
변화 요소 조성 전 조성 2년 후
전체 식생종 수 약 15종 약 45종 이상
자생종 비율 30% 내외 75% 이상
외래종 비율 60% 이상 15% 이하
이러한 변화는 토양 개량, 지속적인 인위적 관리(간벌, 식재), 지역 생물군에 적합한 식물 선정 등의 결과다.
계절 변화와 군락 형성
봄: 현호색, 괭이밥, 제비꽃 등 초화류 개화
여름: 쑥, 개망초, 산국 등 키 큰 풀 등장
가을: 억새, 띠, 국화과 식물의 군락 형성
겨울: 마른 초본류가 남아 곤충과 조류의 은신처 역할
이러한 군락은 식물만의 생존이 아니라 다층 구조를 통한 다른 생물의 서식처 제공이라는 효과를 가진다. 식생의 다양화는 곤충, 조류, 토양 미생물 등 생태계 전체로 그 영향력을 확장한다.
작은 숲은 ‘생명의 네트워크’를 복원한다
숲의 크기는 생태적 가치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한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생물다양성의 회복은 우리에게 ‘가능성’과 ‘책임’을 함께 묻는다. 도심 속 작은 숲이 새를 불러오고, 곤충을 다시 살게 하며, 식물의 원래 자리를 회복시키는 것은 단순한 녹화사업이 아닌, 하나의 생태적 복원 프로젝트이다.
오늘 우리가 심은 한 그루 나무, 놓은 한 덩이 돌, 남겨놓은 낙엽이 내일 수십 종의 생명에게 보금자리가 될 수 있다. 생물다양성의 회복은 거창한 자연 보호운동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당신 동네의 작은 숲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