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도시를 바꾸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따라잡고 무엇을 넘어설 것인가. 기후 위기와 팬데믹을 거치며 도시의 녹색공간은 단순한 여가의 장을 넘어, 생존과 회복의 기반이 되었다. 오늘은 세계 각국의 도시숲 정책 비교: 한국은 어디쯤 와 있는지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도시숲’은 도시계획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 전략으로 부상했고, 각국은 저마다의 생태 철학과 정책 방향으로 도시숲을 확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주요 국가들은 어떤 도시숲 정책을 펼치고 있을까? 그리고 한국의 도시숲 정책은 현재 어느 단계에 있으며,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가? 이 글에서는 일본, 유럽, 싱가포르 등 선도국의 정책을 분석하고, 한국의 현황을 그 틀 안에서 진단해본다.
일본의 미야와키 숲: 고밀도 도시의 생태적 복원 전략
“작지만 강한 숲, 30년 후를 위한 3평의 나무”
정책 개요
일본은 1970년대부터 조경 생태학자 미야와키 아키라 박사가 제안한 “미야와키 숲” 개념을 중심으로 도시숲 정책을 발전시켜왔다.
핵심 철학: 빠른 녹지 조성이 아닌, 자생종 기반의 토착 생태계 복원
형태: 3평(10㎡) 규모의 소규모 숲을 고속도로 주변, 학교 옆, 공장 외곽 등 자투리 공간에 조성
식재 방식: 최소 20~30종 이상의 토종 식물을 혼합 식재 → 고밀도, 고다양성, 저관리형 숲
성과 및 특징
30년간의 실증 연구를 통해 토양 개선, 탄소 흡수 효과, 조류 및 곤충 서식지 복원 확인
한 장소에 최소 600그루/10㎡ 수준의 밀도 → 성장 초기에는 불균형하나 10년 후 생태적 안정 도달
도쿄 미나토구, 요코하마 항만녹지화 사업 등 전국 단위 확산
시사점
숲의 ‘규모’보다 생태적 진정성을 강조
시민이 스스로 숲을 기획하고 식재하는 참여형 모델 활성화
‘시간’과 ‘토착성’을 핵심으로, 도시 생태계의 장기 복원 지향
유럽의 도시숲과 그린인프라: 시스템으로서의 숲
“공원”이 아니라 “도시 그 자체가 생태 네트워크”
독일, 프랑스, 스웨덴 사례 중심
유럽 국가들은 도시숲을 단일 녹지 공간이 아닌, 도시 전체의 구조를 구성하는 ‘그린 인프라’로 접근한다.
그린 인프라 정의: 공원, 가로수, 옥상녹화, 농지, 습지 등 모든 녹지 요소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도시 구조
도시숲 기능:
기후 완화(열섬 현상 대응)
빗물 저류(도시 수문조절)
생물 이동 경로 확보
시민 정신 건강 증진
사례 분석
프라이부르크 (독일):
도시계획 단계부터 생태축 설정
자전거도로와 녹지축이 결합된 친환경 도시 그리드 운영
파리 ‘100개의 도시숲’ 프로젝트:
도심 한복판에 최소 1헥타르(10,000㎡) 이상의 미니숲을 확장
학교 운동장, 관공서 마당, 도로 중앙분리대 등도 대상
스톡홀름의 에코블럭:
주거단지 내 유출수 저류, 공동 정원, 수직녹화 일체화
녹지가 단순 시각적 효과가 아닌 생태 기능 수행
시사점
법제도 기반 강화: 유럽연합의 경우 녹지 확보와 생물다양성 보존이 도시계획의 법적 필수 요소
단순 녹지 면적 확보가 아니라, 연결성과 기능성 중시
도시 전체가 숲의 생태회로 안에 존재하는 개념을 실현
싱가포르의 ‘시티 인 어 가든’: 열대도시의 미래 모델
“건물 위로 숲이 자라고, 도로 아래로 뿌리가 뻗는다”
정책 개요
2009년, 싱가포르는 도시브랜드를 ‘가든 인 어 시티’에서 ‘시티 인 어 가든’으로 전환하며, 자연 중심 도시 전략을 공식 선언했다.
핵심 기관: 국립공원관리청
정책 방향:
도심 전체에 3차원적 녹지 구성
공공시설의 100% 녹화 의무화
생물 다양성 지수 도입
핵심 사례: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도시환경에 맞춘 미래형 열대 생태정원
파크 커넥터 네트워크: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도시숲을 유기적으로 연결
기술과 디자인의 융합
고층 빌딩 옥상 → 열대 수직정원으로 전환
빗물 정원, 생물 수로, 가로수 IoT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시민 대상 ‘커뮤니티 정원 프로그램’ 연계
시사점
기후 적응형 도시숲 모델의 선두주자
기술, 생태, 시민 참여의 3요소를 통합
작은 숲을 고도화해 도시 생명력 강화
한국의 도시숲, 현재 위치와 과제
– 법·제도는 도입, 실행은 이제부터
현황 분석
법적 근거: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년 시행)
서울시, 부산시 등 자체 조례 및 녹지 확장 계획 마련
추진 사례:
서울 도시바람길숲: 바람길 형성으로 미세먼지 저감
작은 숲 조성 사업: 전국 400여 곳 조성(학교, 공공기관 위주)
생활밀착형 숲 조성사업: 주민참여형 미니숲 확산
한계점
‘연결성’ 부족: 각 숲이 고립되어 있고, 도시생태망 형성이 미흡
‘기능’보다 ‘경관’ 중심: 생물 다양성이나 기후 대응 기능보다 시각적 녹화 우선
‘시민 참여’ 제도화 부족: 지역 커뮤니티가 직접 기획하고 관리하는 사례 드묾
비교 결과 요약
요소 일본 유럽 싱가포르 한국
녹지 연결성 중간 매우 높음 매우 높음 낮음
생물다양성 전략 자생종 중심 법적 의무화 지수 도입 실험 단계
시민참여 활발 제도화 촘촘한 운영 미약
법적 제도 있음 강력 기관 중심 정비 중
기술 접목 낮음 일부 고도화 초기
우리는 어떤 도시숲을 만들 것인가?
숲은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왜, 누구와 함께 심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일본은 숲의 생태적 본질을 되살리는 데 집중했고, 유럽은 도시 전체를 숲의 네트워크로 만들었다. 싱가포르는 자연과 기술을 결합해 미래형 도시의 모델을 실현 중이다.
반면 한국은 이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작은 숲’이라는 물리적 확장을 시작한 단계다. 중요한 것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일이다.
생물 다양성, 기후 회복력, 시민 주도권을 강화하고
도시 전체의 생태 순환을 고려한 설계와 정책이 요구된다.
도시숲은 ‘남겨진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도시가 살아갈 방법을 설계하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은, 해외 사례가 아닌 우리만의 도시 생태철학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