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는 탄소중립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오늘은 재생에너지 정책과 규제: 성공과 실패 사례 비교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그 중심에는 재생에너지가 있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에너지 등은 국가별로 다양한 정책적 도입 방식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각국의 제도적 기반, 산업 구조, 사회적 수용성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산의 속도와 성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떤 국가는 정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어떤 국가는 의도와 다르게 시장 실패를 경험했다. 이 글에서는 먼저 주요 국가들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살펴보고, 보조금, 세제 혜택, 발전 의무화 제도 같은 구체적 정책 수단의 효과를 분석한다. 이어서 한국의 현재 재생에너지 정책 방향을 점검하고, 그 한계와 개선 과제를 진단해본다.
주요 국가별 재생에너지 정책 소개: 정책이 만든 에너지 지형의 차이
재생에너지 확산은 자연조건보다 정책 설계에 크게 좌우된다.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국가마다 정책 효과가 상이한 이유다. 몇몇 국가의 사례를 비교해보면, 재생에너지 정책의 성패를 가른 요인이 무엇인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독일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재생에너지법’을 통해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도입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재생에너지 생산자에게 시장가격보다 높은 고정가격을 일정 기간 보장해주는 제도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초기 투자 리스크를 줄여 많은 개인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었다. 이 정책은 특히 시민 에너지 협동조합, 농민, 지방정부 등이 주체가 되는 분산형 재생에너지 확산을 가능하게 했으며, 결과적으로 독일은 2020년 기준 전체 전력의 약 4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데 성공했다.
덴마크는 풍력에 집중한 정책을 펼쳤다. 1990년대부터 지역 주민과 공동체가 참여할 수 있는 풍력단지 모델을 활성화시키며 사회적 수용성을 높였고, 송전망 계획과 연계된 중장기적 비전으로 일관된 정책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덴마크는 풍력과 가스터빈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간헐성을 해결하는 데 주력했으며, 2019년 기준 전력 생산의 47%를 풍력으로 공급하는 성과를 보였다.
반면 스페인은 초기에는 성공적인 정책을 추진했으나, 정책 일관성 부족으로 실패 사례로 언급된다. 2000년대 중반 발전차액지원제도 정책을 공격적으로 시행하면서 태양광 발전이 급속히 증가했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재정 부담이 가중되자 정부는 보조금을 급격히 삭감하고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했다. 이로 인해 다수의 발전 사업자가 파산하고 투자자 신뢰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재생에너지 시장은 한동안 침체에 빠졌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정책의 성공 여부는 단순한 보조금 규모보다도 정책의 지속 가능성, 사회적 참여 구조, 기술과 제도의 정합성 등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중장기 계획과 시장 신뢰 형성이 중요한 성공 요인임을 알 수 있다.
보조금, 세제 혜택, 발전 의무화 제도: 실효성 있는 제도의 조건
재생에너지 정책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과 간접 유인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직접 개입 방식은 주로 보조금, 발전차액제, 계약가격제도와 같은 수단이며, 간접 유인 방식은 세제 혜택, 발전 의무화 제도, 배출권 거래제 등이 있다. 이들 제도는 각각 장단점이 있으며, 국가 상황에 따라 맞춤형 조합이 필요하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안정적 투자 유인을 제공하지만 정부 재정 부담이 크고, 발전 효율성 개선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따라 계약차액제도와 같이 시장가격 변동을 반영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수익을 보장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영국은 계약차액제도 제도를 도입해 해상풍력 산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켰으며, 민간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는 발전 사업자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재생에너지 생산을 의무화하는 제도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정부의 직접 재정 부담은 적지만, 의무 비율을 너무 낮게 설정하면 실효성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면 민간 기업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은 주별로 RPS를 도입하고 있으며,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2030년까지 전력의 6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했다.
세제 혜택도 중요한 정책 수단이다. 미국의 연방 정부는 태양광 투자세액공제 제도를 통해 설치 비용의 30%를 공제해주는 제도를 오랫동안 유지해왔고, 이로 인해 소규모 주택 태양광 설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세제 혜택이 불투명하거나 일관되지 않으면, 기업과 개인의 투자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
이러한 정책 수단들은 단독으로 작동하기보다는, 기술 개발 지원, 인프라 확충, 전력시장 설계 등과 연계되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송배전망 확충과 재생에너지 통합을 위한 시장제도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단순한 보조금 정책은 오히려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을 수 있다.
한국 정책 방향과 개선 과제: 제도 설계의 현실성과 예측 가능성
대한민국은 2020년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전략’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전환을 선언했다.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2036년까지 전체 전력의 약 3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수단은 아직까지 실효성 면에서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현재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의무화제도 의무비율은 세계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이며, 이에 따라 실질적인 시장 확대 유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보조금 정책도 대규모 태양광 사업에 집중되면서 지역 갈등이나 환경 훼손 이슈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수용성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전력시장 구조는 여전히 중앙집중식이며, 전기요금 규제와 시장 경쟁의 미비로 인해 민간의 참여가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력 구매가격이 고정되어 있어 민간 사업자의 수익 구조가 불안정하다. 여기에 송전망 용량 부족, 계통 접속 지연, 지역 편중 문제 등도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
한국이 정책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다음과 같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보조금, 세제 혜택, 의무비율 등은 중장기 계획에 기반하여 일관되게 운영되어야 한다.
지방과 시민이 참여하는 분산형 재생에너지 모델을 확산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소규모 태양광, 건물 지붕형 설치, 마을 협동조합 기반의 전력 생산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전력시장 개편과 송전망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시장 경쟁 도입, 탄소 가격 반영, 에너지 저장 시스템과의 연계 시스템 등은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통합을 가능케 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정책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재생에너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문제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의 확산 여부가 정부의 정책 의지, 제도 설계, 사회적 참여 구조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뜻이다. 독일과 덴마크의 사례는 기술보다 시민과 공동체 중심의 에너지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며, 반대로 스페인의 실패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부족할 때 어떤 혼란이 초래되는지를 경고한다.
한국 역시 이제 단순한 목표 수립을 넘어 정책 설계의 정교함과 현실성, 사회적 합의 과정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단지 탄소중립의 수단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더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