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의 영역이 되었다. 오늘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빈곤 문제: 모두를 위한 에너지 접근성 확보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많은 선진국이 풍력, 태양광, 수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주력하고 있으며, 기술 발전과 비용 절감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전환의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에너지 빈곤 상태에 놓인 개발도상국과 저소득층이다.
에너지 빈곤이란, 기본적인 에너지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접근하더라도 가격 부담으로 인해 충분한 사용이 어려운 상태를 의미한다. 전기가 없어 냉장고나 조명도 사용하지 못하고, 난방이나 조리도 나무나 숯에 의존하는 상황은 여전히 지구촌 수억 명의 현실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약 7억 명이 전력 없이 생활하고 있으며, 그 대다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에너지는 교육, 보건, 일자리, 식수, 정보 접근 등 삶의 전 영역과 직결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전환이 단순히 탄소 감축을 넘어 모두를 위한 에너지 접근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개발도상국에서의 재생에너지 보급 현황, 저소득층의 에너지 접근성 문제,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기술적 방안을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보급 현황: 전력망을 넘어서는 분산형 솔루션
개발도상국은 오랜 기간 전통적인 화석연료 기반 발전에 의존해왔으며, 인프라 부족과 재정적 제약으로 인해 전력망 구축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 국가가 기존 전력망 건설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특히 분산형 재생에너지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태양광, 소형 수력, 바이오매스, 풍력 등을 활용해 소규모로 전력을 생산하고, 마을이나 지역 단위로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중앙집중식 발전과 송전망 없이도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력 인프라가 취약한 농촌 지역에 적합하다.
예를 들어, 케냐의 ‘M-KOPA’ 프로젝트는 태양광 패널, 배터리, 조명, 충전기, 라디오 등을 포함한 소형 태양광 키트를 모바일 결제 방식으로 저소득층에게 분할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초기 비용 없이 사용할 수 있고, 하루 0.5~1달러 수준의 소액 결제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어 수십만 명의 전력 접근성을 개선했다. 이처럼 재생에너지는 ‘소유’가 아닌 ‘서비스’ 모델로 전환되며 에너지 민주화를 실현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샤크티도 태양광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을 도입해 2백만 가구 이상에 전기를 공급한 사례로, 여성 기술자를 양성하고 유지보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이러한 모델은 기후 변화 대응과 빈곤 완화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개발 협력 분야에서 매우 주목받고 있다. 다만 기술 보급의 속도에 비해, 기술 유지보수, 자금조달, 제도적 안정성 확보 등 과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정치 불안정이나 부패 문제로 인해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성과가 제한되기도 한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서는 단순한 장비 공급을 넘어 현지의 제도·인력·재정·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저소득층의 에너지 접근성: 도시와 농촌 모두에서 존재하는 격차
에너지 빈곤은 비단 개발도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 내부에서도 저소득층이 높은 에너지 비용 부담으로 인해 난방이나 냉방을 충분히 하지 못하거나, 효율이 낮은 낡은 가전제품에 의존하는 일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상태는 ‘에너지 취약계층’이라는 용어로도 불린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에너지 소비 상위 20% 계층과 하위 20% 계층 간의 에너지 이용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겨울철 난방비 부담은 저소득 가구의 생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2023년 겨울, 도시가스 요금 급등으로 인해 ‘난방비 폭탄’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사회적 논란이 일었고, 정부가 긴급 에너지 바우처를 지급한 사례는 대표적인 에너지 불평등의 실증이다.
또한 농촌지역이나 도서지역에서는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 높은 에너지 비용, 낮은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겹쳐 여전히 ‘에너지 소외 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처럼 지역 간, 소득 계층 간, 주거 형태 간 에너지 접근성 격차는 다층적이며 복합적인 문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요금 인하나 보조금 제공을 넘어서, 에너지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근본적 해결책이다. 예를 들어, 공공임대주택에 고효율 단열재와 태양광 설비를 도입하고, 커뮤니티 단위의 에너지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면, 비용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소비 진단, 효율 개선 지원, 맞춤형 기기 보급 등 취약계층 대상의 에너지 복지 프로그램도 강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 설계 시 ‘에너지를 적게 쓰는 사람에게 지원이 덜 가는 역진적 구조’를 개선하고, 소득 수준이 아니라 에너지 필요에 따라 맞춤형 지원이 이뤄지는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에너지 정의의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포용적 에너지 전환을 위한 과제와 해법: 기술·정책·국제협력의 통합
모두를 위한 에너지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단지 기술 보급만이 아니라 제도, 교육, 금융, 거버넌스의 통합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공급 중심의 정책을 넘어서 ‘포용적 에너지 전환’을 지향하는 전략적 접근이 되어야 한다.
우선, 기술 측면에서는 가격 경쟁력 있는 소형 재생에너지 솔루션, 배터리 기반 저장장치, 디지털 모니터링 기술 등이 더욱 보급되어야 한다. 특히 태양광과 에너지 저장장치를 결합한 독립형 시스템은 전력망이 없는 지역에서도 효율적으로 에너지 자립을 구현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기술 이전과 국제 개발 협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정책 측면에서는 에너지 복지를 공공의 책임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법제화된 권리로 보장하는 접근이 중요하다. 예컨대 영국은 ‘연료빈곤’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일정 수준 이상 에너지 비용 부담이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단열 보수, 고효율 기기 지원, 요금 보조 등을 제공한다. 한국 역시 에너지 바우처 제도, 한파·폭염 대비 긴급 지원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적용 기준의 확대와 예산 안정성 확보, 민간과의 협력 구조 확대가 필요하다.
국제적으로는 에너지 개발원조의 방향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하고, 단순한 기술 제공을 넘어 현지 수용성 기반의 교육, 유지보수 인력 양성, 지역 소득화 연계 등의 지속가능한 모델이 요구된다. 민간 부문과 시민사회도 이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하며, ‘에너지 정의’를 실현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이 중요해진다.
결국, 재생에너지 전환은 기술 혁신만이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을 포괄하는 문제다. 모두가 에너지의 수혜자가 되는 사회, 에너지로부터 소외되는 이가 없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에너지 전환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재생에너지는 지구를 살리는 기술이지만, 그 혜택이 소수에게만 돌아선 안 된다. 개발도상국의 농촌 마을부터 대도시의 에너지 취약계층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안정적이고 깨끗한 에너지에 접근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전환’이 실현된다.
이제는 단지 탄소를 얼마나 줄였는가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누가 배제되고 있는가, 누구를 포함하고 있는가를 함께 묻는 시점이다. 에너지 빈곤 해소를 위한 재생에너지 전략은 기후정의의 실천이며, 나아가 인간 존엄과 평등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술, 정책, 국제협력, 시민참여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재생에너지는 모두를 위한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꾸준한 감시와 실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