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과 요약 앱의 대두 속에서, 전통적인 책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와 그 변화하는 역할에 대한 고찰. 오늘은 책의 역할 변화: 정보 전달에서 감성의 확장으로에 대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읽는다는 행위는 어떻게 변해왔는가“책을 언제 마지막으로 끝까지 읽어봤는가?” 이 질문은 요즘 시대에 더욱 날카롭게 다가온다. 오디오북, 요약 앱, 유튜브 요약 영상, 인스타그램 북리뷰 카드뉴스 등은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정보를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제 우리는 책 한 권을 몇 시간에 걸쳐 읽는 대신, 5분 요약 영상이나 10분 오디오로 내용을 흡수한다. 이러한 변화는 책이라는 매체의 존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말한다. “책은 다르다”고. 책이 주는 감정의 여운, 사고의 깊이, 문장의 결이 다른 매체들과는 분명히 구분된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 책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에서 감성과 사유를 확장하는 도구로, 책의 역할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이 글은 그 변화의 양상을 짚고, 여전히 책이 갖는 고유한 의미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정보 전달의 중심에서 밀려난 책
과거에 책은 정보의 주요 전달 수단이었다. 학교 교육, 학문 연구, 개인의 자기계발에 있어서 책은 중심적인 매체였다. 특히 20세기 후반까지는 지식을 습득하려면 책을 읽는 것이 유일한 수단에 가까웠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정보의 형태와 전달 방식은 급속하게 변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유튜브 강의, 팟캐스트, AI 기반 요약 서비스, 블로그 및 SNS 기반의 콘텐츠 등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책은 '느리고, 무겁고, 접근이 어려운' 매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독서에는 집중력이 요구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크다. 반면 디지털 콘텐츠는 짧고, 가볍고, 다이내믹하다. 다중 작업이 가능하고, 휘발성이 강해도 반복 접근이 쉬워 학습 효과도 빠르게 체감된다. 특히 10대와 20대에게 있어 책보다 유튜브나 블로그가 더 친숙한 학습 도구로 자리잡은 현실은 이런 변화의 상징적 장면이다.
정보 전달의 효율성만 놓고 보면 책은 이제 가장 느린 수단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책은 정말로 단지 '정보'만을 전달하는가? 그리고 정보 전달 외의 가치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가?
감성의 확장과 사유의 깊이: 책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
책은 단순한 정보의 집합체가 아니다. 특히 문학, 에세이, 인문학 서적은 독자에게 '감정의 이동'을 유도하며, 자기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이는 오디오북이나 요약 앱에서는 구현되기 어려운 깊이와 밀도를 가진 경험이다. 글을 따라가며 느리게 생각하고, 저자의 문장을 곱씹으며 자신의 삶에 비추어보는 과정은 정제된 텍스트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 편의 시는 정보가 아닌 ‘감정의 맥락’을 전달한다. 한 문학 작품 속 인물의 내면은 단순한 줄거리 요약으로는 결코 전해질 수 없다. 책은 텍스트의 리듬과 숨결을 통해 독자에게 ‘정서적 공간’을 제공하고, 그 속에서 독자는 자신만의 감정과 해석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정서적 상호작용은 책만의 고유한 장점이며, 다른 콘텐츠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또한 책을 읽는 과정은 ‘사고의 훈련’이다. 다양한 문장을 따라가며 논리를 구축하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때로는 반문하고 정리하는 일련의 사고 작용이 동반된다. 이는 단순한 정보 소비가 아닌, 능동적인 지식 구축의 과정이다. 이 점에서 독서는 지식의 수동적 수용이 아닌, 사유를 통한 재구성 행위에 가깝다.
더욱이 긴 호흡의 책을 읽으며 지속적인 집중을 유지하는 행위 자체가 디지털 환경에서 손상된 우리의 집중력을 회복시키는 데도 기여한다. 이는 정신적 회복력과 자기 통제력, 나아가 디지털 디톡스의 역할까지 가능케 하는 책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책의 미래: 느리지만 깊은 매체로의 진화
책은 정보 전달에서 중심의 자리를 내주었지만, 그만큼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책은 ‘깊이 있는 사유의 공간’, ‘자기 내면을 탐색하는 도구’, ‘감정을 확장하는 매체’로 다시 인식되고 있다.
책의 미래는 오히려 이 ‘느림’ 속에 있다. 디지털 속도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책은 느리지만 깊은 대화의 공간을 제공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영상 콘텐츠 속에서는 쉽게 다뤄지지 않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 윤리적 딜레마, 철학적 질문들을 책은 다룰 수 있다. 책은 '정답'을 주지 않지만, 생각할 시간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책은 ‘개인의 서재’라는 형태로 삶의 궤적을 남기는 기록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읽은 책, 감명 깊었던 문장, 밑줄 친 구절들은 곧 그 사람의 내면을 보여주는 흔적이 된다.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는 대체로 흔적 없이 사라지지만, 책은 ‘물성’과 ‘시간성’을 통해 독자에게 오래도록 남는다.
오늘날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깊이 있게 살아가는 법'을 연습하는 하나의 방식이 되어간다. 요약 앱이 제공하지 못하는 여백, 오디오북이 주지 못하는 시각적 상상력, 영상 콘텐츠가 잡아내지 못하는 문장의 결이 있는 곳, 바로 그곳에 책이 있다.책의 역할은 더 이상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책은 감정을 확장하고, 사고를 훈련하며, 내면을 탐색하게 한다. 빠른 콘텐츠가 지배하는 시대일수록 책은 오히려 더 깊고 유의미한 매체로 재조명되고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느림을 선택하는 용기이며,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첫걸음이다.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해도, 책이 주는 고유한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책이 더욱 필요한 시대일지도 모른다.